인터뷰 / 지구촌동포연대 배덕호 대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2조 2항이다. 하지만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달 25일 한국전쟁 개전일에 맞춰 알려진 켈로(Korea Liaison Office; KLO) 부대원 장근주씨의 사연. wend국에 살면서도 한 번도 중국 국적을 가진 적 없는 장근주씨는 이제야 한국 국적 회복 혹은 부여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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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호 기자 hanphoto77@ytongsin.com | ||
일 년 동안 재외동포 문제가 이슈가 되는 때가 있다. 3ㆍ1절과 6ㆍ25, 8ㆍ15 등. 딱 이 때뿐이다. 헌법은 분명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했지만 말이다.
지난 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지구촌동포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배덕호 대표는 “헌법 제정 당시 재외국민은 지금 말하는 재외동포”라며 “정부가 재외동포 문제에 소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창립 10여 년에 이르는 지구촌동포연대. 활동 속에서 정부와 부딪치기도 많이 부딪쳤다. 정부와 국회가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재외동포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했던 자”로 범위를 한정하면서 배 대표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졌던 사람들은 1948년 이후 이주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그들에게 지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수립 이전에 강제 이주되거나 어쩔 수 없이 조국을 떠나야했던 동포들을 먼저 챙겼어야 할 일입니다. 그들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는 거죠.”
배 대표의 말소리엔 힘이 붙었다. 그는 “굳이 헌법 제2조 2항을 꺼낼 필요 없이 헌법 전문에 이미 ‘대한민국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했다”며 “동포도 국민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 수립 후 이주한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보호하려 하지만 정부수립 이전 이주한 재외동포에 대해서는 보호의지가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패전 후 귀환 작전까지 펼쳐
재외국민 특히 재외동포 문제를 대응하는 외교통상부는 나름의 확고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반백년 동안 현지에 적응해 사는 재외동포에 지원하는 등 대한민국 법이 영향을 미치면 ‘외교적 마찰’이 일 수 있다는 것.
배 대표는 “외교부 관계자들의 말은 현장을 모르고 하는 자기주장일 뿐”이라며 “외교부가 주장하는 ‘외교적 마찰’은 자기들이 만든 논리”라고 반대 의견을 폈다.
“1999년 재외동포법 제정 때도 그랬다. 중국 정부가 반발하고, 미국 정부가 반발한다고 정부는 우려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우려였다. 설사 외교적 마찰이 있다고 해도 마찰을 감수하고서라도 동포와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켜야하는 것이 외교부가 아닌가.”
재외동포 문제에서는 외교부가 ‘몸을 사린다’는 주장이다. 한국 정부는 한중수교를 맺거나 소비에트연방과 국교수립 할 당시에도 고려인, 사할린 한인 문제나 법적 지위에 대해 성실하게 논의한 적이 없다.
배 대표는 해외 사례를 들면서 더 아쉬워했다. 일본은 1945년 폐전 후 소련지구에 있는 일본인 귀환 작전을 펴 36만명을 귀국시켰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국제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훈련된 사람들이 상대국에게 관철시키는 것이 외교관의 역할”이라며 “외교 마찰이 생기면 외교관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외교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재외동포문제 다룰 위원회 필요”
배 대표는 “외교부는 재외동포 정책을 총괄할 부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외동포기본법이 제정된다면 재외동포 문제를 다룰 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새로 총괄할 부서를 만들지 못한다면 과거 관행으로 소홀하고 오점 투성이인 ‘그 나물에 그 밥’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때문에 배 대표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국회에만 맡겨둘 일도 아니다. 배 대표는 “재외동포가 살고 있는 현장 상황에 대해 국회와 시민에게 알려낼 것”이라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역사정리 문제라든지 사할린 등지에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1세대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17대 국회에서 재외동포 관련법 제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의견에 밀려 상정에서는 후순위로 밀렸다. 이젠 17대 국회가 폐회 했으니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되는 신세가 됐다.
배 대표는 “국회가 정부 자료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발전해야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몇 십 년을 닳고 닳은 정부 관료의 논리를 뚫고 들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소 긴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시 재외동포문제에 천착하기 전 배 대표는 국회의원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의원사무실에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따뜻한 차 한 잔 대접했으면 좋겠다. 이전에도 의원사무실을 찾아가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는 의원이 여럿 있었다. 우리는 멀리 해외에서 참석하는 만큼 감안해서 따뜻하게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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