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 지역아동센터를 가다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320번지 낡은 건물 2층에는 ‘조이스터디’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다.
한낮인데도 어두운 2층 계단을 오르니 열려있는 현관이 보인다. 좁은 현관은 아이들의 신발로 가득 채워진 상태다. 열 평 남짓 될까?
좁은 공간에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현관 한쪽에 신발을 벗어두고 거실(딱히 거실이라 이름붙이기 어려운 주방 겸 거실 겸 공부방)로 올라서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취재진으로 쏠린다. 낯선 이의 방문에 조금은 놀라는 표정의 아이들. 하지만 이내 “안녕하세요”하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넨다. 물론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방으로 도망치는 아이들도 있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조이스터디 책임자인 신선영 대표는 아이들 간식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간식을 준비하는 신 대표 옆에서는 3명의 아이들의 받아쓰기가 한창이다. 아이들의 받아쓰기를 지도하는 이미영 선생님은 이곳으로 온지 2개월째인 ‘초보’ 선생님이다.
▲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에 위치한 조이스터디 지역아동센터에서 지난 5일 초등학생들이 받아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뒷쪽으로 신선영 대표가 학생들의 간식을 준비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이곳 조이스터디는 ‘지역아동센터’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2800여개의 지부를 둔 지역아동센터는 그 지역에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과 청소년에게 사회복지통합서비스를 제공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저소득층과 수급권자, 차 상위 계층이나 조손가정, 한부모가정을 대상으로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던 공부방을 2004년도에 보건복지부에서 법제화해 ‘지역아동센터’로 명명한 것이다.
이곳 지역아동센터는 학생들의 학습 뿐만 아니라 열린 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결식아동들을 위해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조이스터디’는 현재 약 3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탓에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서초구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그곳을 활용하고 있다.
성동구 학생들이 서초구까지 건너가서 생활하는 것이다.
조이스터디를 다닌지 3년이 됐다는 백수진(가명)양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다. 같은 학교 친구인 김진호(가명)군 역시 조이스터디를 이용한지 4년째다.
백양은 학교 정규 수업을 마치면 곧장 이곳으로 온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백양이 조이스터디를 좋아하는 이유는 “선생님(사회복지사)을 만날 수 있고, 시간낭비 없이 공부할 수 있어서”이다.
백양은 ‘방과후학교’도 다녀봤지만 방과후학교는 아이들이 떠드는 통에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반면 김군은 이곳에 오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백양과는 반응이 사뭇 달랐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냥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다”고 대답했다. 방과후학교도 힘들고 조이스터디도 힘들다는 김군의 대답. 김군은 아직은 마냥 놀기 좋아하는 ‘아이’ 모습 그대로다.
백양은 현재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고 있다. 초등학생인 어린 동생과 함께 조이스터디를 다닌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한다는 백양과 달리 백양의 동생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받아쓰기가 아직 서툴다. 몇 해 전 아버지의 폭력에 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목격한 이후 그랬다고 한다.
“제대로 된 책상하나 없어 미안해”
조이스터디에는 백양처럼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조손가정 학생들, 편부ㆍ편모의 한가족 아이들 등 대부분이 기초생활대상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조이스터디에서 친구를 만나 놀며 공부하며 그렇게 외로움을 달랜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국어, 영어, 수학 등 공부도 지도해 준다. 아이들에게 조이스터디는 편안한 ‘휴식처’이자 ‘놀이터’이며 또한 ‘학원’인 셈이다.
조이스터디에는 현재 한달에 220만원의 정부 후원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30여명의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보건복지부에서 파견된 1분의 선생님을 제외하고 220만원의 지원금 가운데 120만원 정도를 상근 선생님 한 분과 파트타임 선생님 한 분의 월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남은 100여만 원은 아이들의 식사비와 간식비, 교제비 등에 사용된다. 전기세, 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 역시 이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신 대표는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월세는 내지 않아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고 말한다. 나아진 형편이라지만 신 대표는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아동센터 대표들은 무급이라고 한다.
신 대표는 ‘월급’ 받기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시설만큼은 좋아졌으면 한다. 좁은 공간 때문에 멀리 서초구까지 가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남은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은 마찬가지다. 사람들 드나드는 거실에서 제대로 된 책상하나 없이 공부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 신 대표는 마치 자신의 잘못인 냥 미안함이 든다.
신 대표의 바람처럼 조이스터디에 몸을 의탁한 아이들은 언제쯤 넓은 곳에서, 편안한 책ㆍ걸상에 앉아 마음껏 공부할 수 있을까. 조이스터디에서 취재진은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 느낄 수 있었다.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 jjang@ytongsin.com
'편집국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30명의 아이를 220만원으로 돌봐 (8) | 2008/11/10 |
|---|---|
| 오바마 당선, 뉴욕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4) | 2008/11/07 |
| 국감 끝낸 국회 의원회관 풍경은 (0) | 2008/11/06 |
| 초선 국회의원 20명에게 국감을 묻다 (0) | 2008/11/06 |
| “자세히 좀 알아나 보고 질의하지 … ” (1) | 2008/11/05 |
| 국회의원들, “국정감사 그래도 우리는 비교적 잘했어요” (0) | 2008/11/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