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 시각에서 본 국감, 답변시간 안주는 감사위원에 불만도
피감기관 입장에서 보면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는 것은 1년 가운데 가장 힘든 시기를 견뎌낸 셈이다.
그들은 의원실로부터 수많은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감사위원들의 지적에 때론 쥐구멍을 찾기에 바쁜 20일을 보냈다.
이렇게 ‘홍역’을 치른 피감기관들은 이번 국정감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각 피감기관에 전화를 걸어 소회(所懷)를 물어봤다.
대부분의 피감기관들이 답변을 꺼려했다. 피감기관 공무원이란 신분상의 위치로 인해 말 한마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들로서는 그럴 법도 하다.
▲ 지난달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노동부의 경찰청,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 결과보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20일 국회 환노위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부 긴급 질의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정치 사찰'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예정된 국감의 피감기관 관계자가 피곤한 듯한 모습으로 이를 듣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hanphoto77@ytongsin.com
중앙 정부 기관의 관계자 A씨는 국정감사를 마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질문 자체도 우릴 힘들게 한다”며 “그냥 어떻게든 끝난 만큼 그동안 소홀했던 업무에 신경 쓸 뿐”이라고 대답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를 비교적 ‘잘 된’ 국감으로 평가했다. 피감기관의 입장이지만 의원들의 질의내용이나 국감준비가 철저해 자신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의도(국회)에 있는 보좌관들이 많이 고생했겠다. 문방위에 새로 들어오신 분들 질의하는 모습을 보니까 준비 많이 한 것 같더라. 요구 자료도 많았고 예리한 질문도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제 남은 거라면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 개선할 사항들은 개선하고 시정할 부분은 시정해서 내년 국정감사 때 결과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며 “우리도 감사위원들도 고생한 만큼 정책 반영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우 유인촌 장관이 국감 초반 감사위원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여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국감 마지막 무렵 ‘욕설’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 피감기관이다.
이러한 피감기관 관계자가 그래도 비교적 ‘잘 된’ 국감이라며 감사위원들을 띄워줬으니 시민단체의 평가처럼 역대 국정감사 보다는 분명 나은 부분이 있는 듯 하다.
“말도 안 되는 자료제출 요구도”
민주당이 실시한 피감기관 수장들에 대한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한 기획재정부의 경우 “어차피 장관의 경질까지 주장하는 야당이 후한 점수를 줄리 없지 않느냐”며 애써 위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만수 장관과 함께 낙제점을 받은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야당은 처음부터 위원장님 선임에 반대하지 않았느냐”며 “위원장님은 나름 당당하게, 성실하게 국감에 임했다고 평가한다”고 주장했다.
불만을 표시하는 피감기관도 많았다. 중앙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매년 반복되는 국정감사가 우리(공무원)들을 지치게 하고 일반 업무조차 제대로 이행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자료요구라던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시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등의 요구를 받으면 솔직히 성질도 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들이 말하는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 주장과는 상반되는 의견이다.
그는 감사위원들이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않고 개괄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바쁘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사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무조건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식으로 지적하는데, 왜 예산이 그런 식으로 쓰여야 하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다”며 “이런 부분들을 장관이 해명하려 해도 답변할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산불용이 반복되는 사업에 대해 예산 편성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는 점검하지 못하고 불용되는 ‘사실’ 하나만을 놓고 집요하게 따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만들은 다른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질문을 해 놓고 해명할 시간도 주지 않는 일부 감사위원들에 대해 “언론에 노출되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쌀직불금 관련 부처, 아직도 ‘긴장상태’
농림수산식품부 등 일부 부처는 ‘아직 국감이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쌀직불금 국정조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린 지금 국정조사 준비에 바빠서 국정감사가 끝났단 생각 전혀 안 든다”며 “아직도 국정감사가 계속 이어진다는 생각이다”라고 대답했다.
실제로 쌀직불금 국정조사 진행상황에 따라 감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일부 부처들은 쌀직불금 국정조사가 끝나는 12월 초까지 긴장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홍역’을 잘 치르고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피감기관이 있는 반면, 감사위원들에게 혼쭐이 나 씁쓸함을 씻어내지 못하는 피감기관도 있었다. 또 여전히 긴장한 상태로 국회의 움직임을 지켜봐야하는 피감기관도 있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국정감사가 끝나고 ‘현 정권 장관 종합평가’를 통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대해 낙제점을 매기기도 했다.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 jjang@ytongsin.com
'편집국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감 끝낸 국회 의원회관 풍경은 (0) | 2008/11/06 |
|---|---|
| 초선 국회의원 20명에게 국감을 묻다 (0) | 2008/11/06 |
| “자세히 좀 알아나 보고 질의하지 … ” (1) | 2008/11/05 |
| 국회의원들, “국정감사 그래도 우리는 비교적 잘했어요” (0) | 2008/11/04 |
| 이재오 전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가보니 (0) | 2008/11/04 |
| ‘오바마의 미국’ 북미수교 로드맵 순항 전망 (0) | 2008/11/0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