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문턱은 '북한'보다 높은 것 같아요"
국가정보원 일부 관계자 제외하곤 국정원 직원은 취재기자와 '대화금지'
11월을 이틀 앞둔 10월 30일. 공식적인 국정감사 일정은 지난 24일로 모두 끝났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위원회 등 위원 겸임이 가능한 3개 상임위에 대한 국정감사 일정은 이날도 계속됐다.
이날 정보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국가정보원에서 국정원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정원은 최근 국정원 제2차장이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과 함께 언론 정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던 가운데, 국정원이 환노위 수감 결과(국정감사 결과)를 보고 받았던 사실까지 밝혀지는 등 국정감사 파행을 불러일으킨 여러 논란과 관련된 핵심 정부기관이다.
▲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예정된 가운데 취재기자들이 감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감사장 벽면에 역대 국정원장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가운데 김성호 국정원장과 차관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따라서 이날 국정원 국감에서는 약 30여명의 취재기자와 30여명의 사진 기자 및 촬영기자들이 취재 신청을 하는 등 큰 관심이 쏠렸다.
국정원은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이 국감 취재 신청을 해오는 통에 일반적으로 국정감사 취재 기자 차량으로 버스 1대가 운용되던 것을 2대로 증편해 취재 지원을 도왔다.
오전 9시 30분가량 국회를 출발한 버스는 10시 30분 경 국정원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 내리기 앞서 국정원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나눠준 것은 카메라 폰의 렌즈를 가리는 스티커였다. 국정원 내부 모습 촬영을 차단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또한, 정문을 통과하기에 앞서 기자 60여명은 검문소에서 신원을 확인한 후, 검색대를 거치고 소지품을 검문하는 등 철통같은 검문 검색에 응한 후에야 국정원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검문검색을 마친 후에도 기자들은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없었다. 검문소를 빠져나오자 검은 색 정장을 입은 국정원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고 기자실이 마련된 국가정보관(nis hall)까지의 100여m 거리를 국정원 직원의 인솔 아래 10명씩 끊어서 이동해야 했다.
"국정원 직원도 카메라 폰을 사용할 수 없나요?
"…"
"카메라 폰 못쓰세요?"
"…"
"못 쓰세요?"
"…안 쓰는데요."
국가정보관까지 가는 길에 국정원 직원과 나눈 짧은 대화 내용의 전부다. 질문을 건네는 기자를 쳐다보면서도 아무 대답도 못하던 국정원 직원의 곤란한 표정은 이후 국정원 대변인실의 공보 담당자의 주의사항을 듣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1. 국정감사장 이외에는 모든 촬영을 금지할 것.
2. 기사송고실 이외의 장소를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국정원 직원의 안내를 받을 것.
3. 공보실 관계자 몇몇을 제외하고는 국정원 직원들과 직접 말을 나누지 말 것.
이 같은 주의 사항을 듣는 데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째 국정원에서 취재하는게 개성보다 더 제한이 많은 지 모르겠네." 어떤 한 기자의 탄식소리였다.
기자는 그 탄식 소리를 들은 후 한달 여 전 개성을 방문했을 당시 신신당부를 받았던 방북 교육의 내용이 어렴풋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1. 핸드폰은 당국 관계자에게 맡겨놓을 것.
2. 특정 펜스 이외의 지역은 촬영하지 말 것.
3. 공단 내에서 작업하고 있는 북측 근로자에게 말을 걸지 말 것.
이날 진행된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는 겹겹이 철통 보안에 쌓여있는 국정원 그 자체처럼 오후 5시 현재까지 질의 내용도, 답변도, 감사 진행상황도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블로그판] 여의도통신 권경희 기자 moren7905@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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