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외면하는 국회의원에 화난다 힘없는 국민은 그냥 죽어도 좋은가?”
긴급인터뷰 / 불합리한 의료법 때문에 의료ㆍ봉사활동 중단하는 김남수 선생
본지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김남수의 침뜸강좌’의 필자인 구당(灸堂) 김남수 선생(94)이 당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가 지난 9월 18일 구당 선생에게 의료법 27조를 위반했다며 10월 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침사 자격을 정지한다는 행정처분을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당 선생이 주축이 돼 활동해온 전국 30여 곳의 뜸사랑 봉사실도 한 달 보름 동안 봉사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나를 뜸 구(灸)에 집 당(堂)을 써서 ‘구당(灸堂)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내가 뜸을 뜨기 시작한 것은 열한살 되면서부터이다. 선친께서 뜸뜨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자라왔고, 1943년부터 침구사 면허로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뜸을 한 지가 벌써 80년이 넘은 셈이다. 지금이야 경제적 환경이 좋아졌지만 예전만 해도 우리 집에 찾아오는 환자들 중 돈이 없어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뜸자리를 잡아주고 집에서 스스로 뜨라고 했는데 병이 나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람들은 우리 집을 ‘뜸집’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나 또한 구당(灸堂)이 되었다.”
▲ 구당 김남수 선생.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환자들 패맺힌 절규에 가슴 미어터져
<여의도통신> 50호에 ‘김남수의 침뜸강좌’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구당 선생이 진술했던 내용이다. 일제시대에 침사 자격증을 획득한 그는 1943년 남수침술원을 개원해 이래 지난 65년 동안 줄곧 침과 뜸으로 진료활동을 해왔다.
더욱이 KBS 1TV가 지난 9월 13일과 14일 추석특집으로 방영한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 이야기’에 출연해 침뜸의 뛰어난 효능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저서인 <나는 침뜸으로 승부한다>도 서점가에서 2주 만에 베스트셀러 3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뜸집’이란 의미의 호까지 쓰고 있는 세계적 명의가 정작 뜸 치료를 할 수 없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행위ㆍ봉사활동 전면중단을 하루 앞둔 지난 9월 30일 저녁 서울 청량리에 있는 뜸사랑 사무실을 방문했다. 구당 선생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어제와 오늘 진료와 봉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어쩌면 오늘이 내가 마지막 치료를 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꾸준히 치료를 받아오며 차도를 보이던 고질병 환자들이 울고불고 야단이 났다. ‘제발 살려 달라’면서 애처롭게 매달리는 그들을 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미어터지는 것 같았다(참고로 1984년부터 시작된 침구봉사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70만명이 넘는다).”
-고발한 사람은 누구인가?
“고발자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경찰에 고발을 한 동대문구청 측은 끝까지 고발자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과거에 고발했던 사람들은 주로 한의사나 의사 개인이나 단체였다.”
-서울시가 제시한 행정처분의 근거는 무엇인가?
“의료법상 침사 자격만 가지고 있는 내가 뜸 진료까지 한 것은 의료법 27조 1항(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침사 자격으로 침과 뜸 치료를 하는 것은 수 십년 동안 이어져온 전통 관습이다.
침사와 구사는 편의상 나눈 것일 뿐 현실적으로 침과 뜸은 분리될 수 없다. 침과 뜸의 관계는 수레의 두 바퀴로 비유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침사와 구사를 법률상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만 침과 뜸을 함께 시술한다. 더욱이 나는 의료유사업자에 해당한다. 의료법 81조에는 침사와 구사 등 의료유사업자는 ‘27조에도 불구하고 각 해당 시술소에서 시술을 업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나?
“고발을 당한 것은 셀 수 없이 많다. 노인들에게 무료봉사를 하던 나의 제자들이 한의사 단체의 고발을 받아 ‘무면허시술’ 위반혐의로 기소유예를 당하고 벌금형을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법률상 문구의 허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상침치료ㆍ무극보양뜸 사장시켜서야
-한의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침, 뜸, 부항 등은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구이지만 한의사들은 이런 기구를 활용하기보다는 비싼 보약 장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우리가 의료봉사를 실시해온 주 대상은 65세 이상의 노인, 그 중에서도 생활보호대상자였다.
그분들에게는 뜸을 중심으로 시술하고, 침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했다. 한의사들이 봉사활동이라도 하면서 우리에게 못하게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한의원이 갈수록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 영업정지로 침술원의 문이 닫혀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구당 선생은 정치인들에게도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 동안 나에게 침뜸 치료를 받은 국회의원만 해도 1천여명에 육박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치료는 잘도 받으면서 정작 불합리한 의료법 개정이나 침구사 합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는 무관심한 정치인들에게 몽둥이 찜질이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내가 개발하긴 했지만, 화상침치료나 무극보양뜸은 참으로 귀한 우리의 문화적 자산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와서 매달려도 나로서는 ‘병원으로 가보라’고 권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불합리한 의료법 때문에 이 뛰어난 자산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어리석은 짓이다. 힘없는 국민들은 그냥 앓다가 죽어도 좋단 말인가?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단 하루라도 침술원에 직접 와서 확인해 봤으면 한다. 새벽부터 찾아와서 치료 받게 해 달라고 매달리는 환자들의 절규를 들어보길 바란다.”
-언론에게도 섭섭함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똑바로 달린 입을 가지고도 바른 말을 전하지 않는 언론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 답답한 현실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린다면 민심도, 천심도 움직일 것이다. 언론이 본연의 임무를 다해 주길 바란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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