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 강만수 장관의 위험한 발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험스런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추경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기와 가스 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강 장관은 류근찬 의원(자유선진당, 충남 보령ㆍ서천)이 “한나라당이 추경안 통과 불발시 전기, 가스 요금을 각각 2.75%, 3.4%포인트 추가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정부도 같은 생각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손실보전용 지원금 추경예산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전기ㆍ가스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또한 ‘보조금 지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스와 전기를 많이 쓰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많이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에 “수학과 과학의 기본원리가 바뀌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많이 쓴 사람에게 적게 지원하는 방법이 뭐가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문제는 강 장관의 이러한 발언이 자칫 국민을 ‘볼모’로 한 ‘협박’성 발언으로 오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강 장관의 발언대로라면 결국 추경예산안대로 통과되지 않으면 전기와 가스요금은 인상될 수 밖에 없다.
전기, 가스와 같은 기초 에너지요금 인상은 가뜩이나 휘청이는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뻔하다. 야당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추경안 통과가 불발될 경우 그로 인해 인상되는 전기, 가스요금에 대한 책임이 야당에게 모두 돌아가는 꼴이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올해 급등한 유가로 인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일정부분 예견된 결과다. 그동안 한전과 가스공사는 고유가에 의한 원자재값 인상으로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고 이를 정부가 서민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막아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추경예산의 효과와 집행 ‘타당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원하는데로 하지 않을 경우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시키는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발언은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강 장관의 발언은 추경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할 피해에 대한 단순 설명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국민이 볼모가 된 것은 사실이다. 야당에서 당연히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모두 “대국민 협박”이라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여론도 끓고 있다. 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고나서 몇시간 지나지 않아 인터넷 상에는 강 장관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져 나왔다.
강 장관은 왜 보다 논리적이고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설득력있는 주장을 펼치지 못했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강 장관에 비해 야당은 논리적이다. 야당은 작년에 한전이 거둔 단기순이익이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3조원이 넘는다며 이 자금으로 적자 문제에 대한 자체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부가가치세 30%인하를 통해 전기와 가스값 인하(2.7%)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본청 제2회의장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제출한 2008년도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hanphoto77@ytongsin.com
한 국가의 고위관료들은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불교 폄하 발언’ ‘쇠고기 협상은 미국의 선물’ 등 계속 문제가되고 있는 부분들이 말 실수에 대한 부분이다.
강 장관 역시 ‘국민’을 위한 진정어린 마음에서, 추경예산 편성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결과에 대한 걱정에서 토해낸 발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추경예산 편성이 법적ㆍ실리적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 아닌가.
결과적으로 ‘국민을 볼모로하는 발언’이란 오해를 받을만한 발언을 쏟아 낸 것은 경솔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행여 국민을 도구로 야당의 양보를 이끌어내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즉시 깨끗이 지워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자국 국민을 정치적 논쟁의 볼모로 삼는 것은 용서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쪼록 강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공직자들은 그들의 세치 혀가 민심에 어떠한 풍파를 낳을 수 있는지 명심하고 고민과 자중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블로그판]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 jjang@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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