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일방적으로 주민의사와는 관계없이 방제를 중단했어요. 한편으론 이해가 가요. 해수욕장 개장했는데 옆에서 방제작업 하고 있으면 손님이 올 턱이 없죠. 하지만 저희들 생각으론 하루라도 더 빨리 갯벌을 정상화해야 우리들 생계가 유지된다는 생각이에요. 그래서 손님도 다 포기하고 방제작업에 나섰어요. 정부나 군이나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관광객 유치하자는 광고를 낼 때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요.”
태안군은 지난 6월 말, 반년여 동안 계속 진행해오던 태안 기름유출 사고 방제작업에 자원봉사자 동원을 중단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정부와 중앙 방송들은 일제히 태안 관광 홍보를 대대적으로 내보내면서 ‘태안 경제 살리기’에 주력했다.
이에 대해 주요 해수욕장 상인들을 제외한 지역 주민들은 “속 터지겠다”고 하소연했다. 해수욕장의 경우 육안으로 봤을 때 기름의 흔적을 대부분 벗어났지만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갯벌은 아직도 방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의항2리 주민들은 올해 해수욕장 피서객을 받지 않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방제작업을 계속 이어왔다.
▲ 지난 6월 말 태안 지자체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방제작업이 중단된 가운데 태안 군청의 창고에 방제 용품들이 쌓여 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방제작업이 계속 되던 가운데 지난 6월 말 태안 지자체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방제작업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의항2리 갯벌에는 여전히 유막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 사진제공 = 의항2구 유류피해대책본부
기름유출 사고 당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태안군 소원면 의항 2리 유류피해 대책본부 사무실에는 태안군이 방제작업을 중단한 6월 말 이후 7월1일 당시 방제작업을 벌였던 사진이 곳곳에 붙여져 있었다. 사진에는 여전히 검은 기름으로 범벅된 갯벌들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다.
의항2리 주민인 김진성씨는 “갯벌에 나가보면 군데군데 유막이 아직도 둥둥 떠다닌다”면서 “지난해 피해를 입었던 굴 껍데기들이 갯벌에 그대로 깔려있어 국토해양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들어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태안군이 방제작업을 중단하면서 주민들 생계지원을 위해 ‘공공근로’에 마을 주민들을 동원, 마을 정리는 잘 되고 있지만 정작 생계수단이 됐던 갯벌정화는 안 되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는 갯벌이 스스로 정화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라리 태풍이라도 와서 갯벌을 한번 뒤집어주면 좋겠지만 태풍마저도 오지 않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환경운동연합 서태안지부 이평주 국장은 “현재 해수욕장 등에서는 육안으로 보이는 기름은 없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유막 같은 것이 아직도 뜨는 상황이고, 섬 지역은 아직도 방제할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혹서기를 맞아 주민들의 건강을 고려해 잠시 방제작업을 중단한 것이고 조만간 방제작업을 다시 재개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태안군청 앞마당에는 기름유출 사고 발생 이후 전국 각지에서 전달된 방제물품들이 그대로 쌓여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태안군 유류피해대책과 관계자는 “해수욕철도 됐고 해서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이고, 역학조사 등을 거쳐 방제작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언제인지는 구체적으로 계획된 바는 없고 자원봉사자 모집 역시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태안 = 여의도통신 권경희 기자 moren7905@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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