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법ㆍ고용허가제 개정도 요구 예정
“따르릉”
“네, 외노협입니다…어느 나라 사람이예요, 어느 나라? 태국? 잠시만요.”
신성은 외국인이주ㆍ노동운동협의회 간사가 들고 있던 수화기를 한쪽 볼과 어깨에 기댄다. 자유로워진 두 손은 익숙하게 컴퓨터 자판으로 옮겨간다. 타라라락.
“공삼일 팔칠팔 육구이륙번이예요. 육구투(two)육. 천주교 단체고요, 의정부예요. 태국 사람이 있어요. 그쪽으로 전화해보세요.”
▲ 지난달 28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사무실에서 이영 사무처장이 업무를 보고 있다.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1588-1238번. 외노협 대표번호로 걸려온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전화인가보다. 신 간사는 “대표번호로 온 전화는 이주노동자가 전화건 지역 가까운 외노협 소속 단체로 자동연결 되고 없으면 사무국으로 전화가 걸려오도록 돼있다”며 “가까운 지역 단체를 알려주거나 소통이 가능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단체를 연결해 준다”고 말했다.
‘현대판 노예제’ 산업연수생제도 고발
신 간사가 일하는 곳은 40개 이주노동운동 단체가 만든 연대조직인 협의체 사무국이다. 때문에 이주노동자 상담을 직접하는 일을 드물다. 1995년 13개 단체로 시작한 외노협은 올해 13년째를 맞았다.
외노협의 역사는 이주노동자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설립초기 90년대 초반 산업연수생제도가 시행됐다. ‘연수생’이었으나 ‘노동자’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사람대접을 못받던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냈다.
1995년 1월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왔던 네팔 노동자들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시작하면서 이주노동운동 단체가 결합하게 됐다. 이영 사무처장은 “몸에 쇠사슬을 묶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라고 했던 외침이 촉발점이 됐다”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든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여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전신)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착취, 송출비리, 인권침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양산. 갖가지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던 산업연수생제도를 이 사무처장은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렀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을 바라보는 ‘차별적 인식’을 제도로 공고하게 정착시켜 놓은 ‘노예제도’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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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오전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외국인이주, 노동운동협의회 사물실 앞마당에서 신성은 간사와 이영 사무처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
시민단체와 언론 등 미디어에서 꾸준히 산업연수생제도의 문제를 제기했다. “현장에서 개별적인 문제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 개선을 해야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던 당시 이주노동운동 단체가 모여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결성했다.
약 10년의 제도개선 운동. 그렇게 바꿔 낸 것이 2003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이다. 이재정 전 의원이 발의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허가 및 인권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신계륜, 박인상, 이호웅 의원이 소개한 제정 청원, 조희욱, 신현태 의원이 소개한 제정 반대 청원안과 함께 논의한 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외노협은 ‘노동허가제’를 주축으로 하는 ‘외국인노동자보호법’을 주장했으나 모든 내용을 법안에 담지는 못했다. 2004년 8월17일 시행된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4년.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외노협 등 이주노동자운동단체의 평가다.
MB정부 하 이주자운동 전환 불가피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운동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영장없이 공장이나 가택 수색을 가능케하고 외국인에 대한 불심검문도 합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서 외노협은 이주자운동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여주에서 연 외노협 활동가 수련회에 모인 활동가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해 소수 민중단체만 소리를 높이고 있는 현 상황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미등록 상태인 이들이 산업현장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캠페인과 시민단체 간 연대활동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국 정부가 세계적인 이주노동자 관련 기준을 따르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UN이 1990년 만장일치로 채택해 2003년 정식 국제협약으로 발효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한국 정부가 비준하도록 촉구하는 것도 외노협이 해야할 몫이다.
법개정이나 국제협약 비준 등 모두 국회를 통과해야할 일이다. 신성은 간사는 “출입국관리법에 대해선 헌법에 위배된다는 외노협 입장을 의원을 만나 설명할 것”이라며 “동시에 장외 투쟁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등이 구성한 이주정책모임을 통해 시민단체 의견서를 냈다. 이주노동자가 한 사업장에서 5년 연속 근무하도록 하는 고용허가제 개정안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 사무처장은 “노동부가 고용허가제 첫 시행대상자의 체류기간 만료가 다가오자 갑자기 5년 연속근무로 체류기한을 늘린 것은 고용허가제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줄이지 못했다는 반증”이라며 “시스템 자체가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알야아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간사는 “국회에서 임기응변식으로 소소하게 법률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이민정책, 시민권 부여 문제 등 외국인력을 대하는 철학을 연구해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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