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ㆍ털어오기 등 난무 … 발의건수 17대의 3배

여당의 초선 의원실 A 비서관은 최근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같은 당 모 의원실로부터 “법안을 발의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두 의원실이 우연히 같은 내용의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던 탓이다.

상대측 의원실은 “자신들이 법안 준비도 오래 했고 내용도 충실하니 법안을 혼자 발의하게 해 달라”면서 법안을 발의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혼자만 주목받으려는 심사죠.” A 비서관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의원회관 법안 경쟁이 심상치 않다. 입법성과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17대 때 발의된 법안을 그대로 재발의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해당 의원의 옛 법안은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한 다른 의원의 법안을 가져올 때도 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는 법안발의 과열경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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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을 놓고 옛 법안 및 다른 의원 법안 베끼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가운데 보좌진들 사이에서 과열된 법안발의 경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국회 의원회관 한 의원 사무실 모습. 여의도통신 PhotoDB

“자신의 법 재발의는 ‘책임입법’”

18대 들어 발의된 법안은 총 669개(8월28일 기준). 입법활동이 활발했다는 17대에 같은 기간 219건이 발의된 데 비하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많은 법이 모두 18대 때 새롭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17대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적으로 ‘임기만료폐기’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야당의 정책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쓰레기통 뒤지듯이 17대 때 법안을 찾아낸다.”고 평하기도 했다.

17대 법안들을 재발하는 경우, 재선에 실패한 의원의 법안이 주로 애용(?)된다. 지난 17대에서 활발한 입법활동으로 이목을 끌었던 의원실의 비서관은 “그 때 낸 법안을 많이 털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원이 18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탓에 발의한 법안이 다른 의원실의 재발의 목표물이 됐던 것.

비서관은 “‘욕을 먹어도 일단 발의하고 보자’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의원회관 분위기를 전했다. 먼저 발의해서 법안이 통과만 되면 자신들의 것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내 것 네 것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는 “법안을 지키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재발의 하는 다른 의원실을 제재할 방도도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래도 다른 의원실 법안 발의 개수가 올라가는 걸 보고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숫자에 민감한 의원들 때문에 보좌진들도 법안 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의욕 넘치는 초선 의원뿐만 아니라 다선 의원들까지도 법안을 많이 내는 추세다.

“다른 아이들은 다 학원 다니는데 우리 아이만 안 다니면 불안하고 안 보낼 수 없잖아요. 지금 의원실 간 법안발의도 딱 그 모습이에요. 옳지 않은 방법이라고 발의 안하면 우리만 뒤처지니까요. 이런 식으로 발의해서는 안 되는데 안 하고 있으면 우리만 바보 된다니까요.”

경쟁에서 뒤쳐질까봐 17대 법안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대면서도 과열경쟁 속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한다. 비서관은 “이런 모습들은 분명히 지양해야 할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지양해야한다” 자성의 소리도

자신이 17대 때 발의한 법안을 재발의하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이것 역시 “건수 올리기용이다”라는 비난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책임 입법”이라고 항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의 재선 의원실 보좌관은 “다른 의원의 것을 발의하는 경우는 영양가 없는 입법활동이지만 자신이 냈던 걸 다시 발의하는 것을 같은 선상에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7대 때 통과되지 않았다고 18대에서 모른 척 내팽개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면서 “재발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법안이 왜 필요하고 다시 발의돼야 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분별한 입법으로 인한 법안 질 저하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법안 하나하나에 여러 사연이 담겨 있어 법안 품질을 평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시민단체가 나서서 법안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을 전공한 야당 의원실의 보좌관도 “자신이 발의했던 법안을 다시 발의하는 것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의원의 법안을 발의하는 것을 두고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의원실이 게으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18대 입법 과열 경쟁이 “17대 초 법안 발의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18대에 그대로 학습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보좌관은 “의원 입법은 정부보다 빠르게 현안에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실적만 앞세운 입법은 법 영향 아래 있는 사람들과 사용될 예산을 고려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수에만 연연하지 말고 처리율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회 내부적으로도 법안 발의 전 단계에서 법안을 미리 검토해주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 cho@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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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정 여의도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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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3 21:2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조중동이 언질을 줬나보네요. 연말에 업법수를 기준으로 크게 한방 때려주겠다고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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