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만드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나”
의원실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의정활동을 알리는 행사에 의원회관 회의실은 두 달 치 예약이 이미 완료됐다. 국회 앞에도 홍보용 불법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내실 없는 보여주기식 활동이 ‘의정비 낭비’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10월24일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다. 소회의실과 회관 로비도 모두 예약이 완료됐다. 두 달 전부터 행사장 예약을 시도했다는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행사장 빌리기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의원 한 명이 하루 종일 회의장을 독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스케줄을 잡아놓고 한 개 의원실 혼자 사용하는 것이다. 여당 의원 비서 한 명은 “대부분의 행사가 호응도 낮고 행사 취소율도 굉장히 낮다”면서 보여주기식 의정활동을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보내 준 정치자금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만큼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밖에서도 의원실의 의정 경쟁은 치열하다. 국회 정문 맞은편 금산빌딩 앞에는 의원실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항상 걸려 있다. 현안 토론회부터 지역 행사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의원실에서 행사를 준비하면 보통 현수막 3개를 주문한다. 두 개는 행사장과 로비에 걸고 나머지 하나는 금산빌딩 앞에 달아놓는다. 가로등과 가로수 사이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적게는 5개, 선거철에는 10개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현수막 모두 ‘불법’이다. 옥외광고물관리법상 가로수나 가로등에 이동식 게시물(현수막)을 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원실의 ‘불법’ 행위에 속이 타는 것은 금산빌딩 사람들. 이들은 “시야가 막혀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건물 홍보에도 지장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 국회 정문 앞에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가로등 사이에 정책 토론회 홍보를 위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여의도통신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금산빌딩 이재문 관리과장은 “바람 부는 날에는 끈이 풀려서 차나 행인에게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답답한 마음에 8개월 동안 불법 현수막 사진을 찍어 사무처와 해당 의원실에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그는 “입법부인 국회가 기초질서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법 만든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구청도 의원들의 불법에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관행처럼 매다는 현수막 앞에서 단속은 ‘반짝’ 효과를 낼 뿐이다. 영등포 구청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계속 매다는 의원실 때문에 민원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행이 돼 버린 국회 앞 현수막,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데만 혈안을 올리고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여의도통신 조혜령 기자 cho@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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