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기개시 50여일 만에 제18대 국회 개원식이 열린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했다. 야당의원의 분위기는 ‘싸늘’ 그 자체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촛불정국’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일부는 빨간색 ‘소품’으로 통일하고 개원식에 참석했다. 개원식에 앞서 민주당 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김재윤 의원(민주당, 제주 서귀포ㆍ남제주)은 “우리는 품격있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남성 의원은 빨간 타이, 여성 의원은 빨간 머플러를 매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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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후 민주당 50여명의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가 열리기 전 모임을 갖고 '민의의 전당에 서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목소리를 우선 경청하라'는 성명서를 발표 하고 빨간 머플러와 빨간 넥타이를 매는 방식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항의의 뜻을 보이고 있다.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
이어 까만 옷에 빨간 머플러를 두른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 을)은 “(빨간 머플러와 타이는)선물이기도 하고, 소품이기도 하다”며 “다음에 또 쓸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잘 간수해 두시기 바란다”고 의원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당일 ‘민주당 국회의원 일동’에서 ‘회의 참가자 일동’으로 주체가 바뀐 성명서에서 민주당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하는 이 대통령께 간곡하고도 강력하게 국민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국민에게 사과하고 어청수 경찰청장,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해임을 요구했다.
회의장 안팎을 뛰어다니던 서갑원 수석부대표는 ‘항의 방식’에 대한 의원 의견을 모아 전달했다. 서 수석부대표는 이 대통령 입장시 “기립은 하나 (발언 때)박수는 안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애초 본회의장 앞에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항의하는 손팻말을 들고 항의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된 것이다. 서 수석부대표는 “의원들로부터 지도부에 항의가 들어와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며 “다만 오늘 참여는 의원 개인적 참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 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대통령 개원 연설은 관례이고 양당합당에 의한 것인 만큼 (대통령 연설을) 듣기로 한다”며 “대신 퇴장이나 피켓팅 등 입장표명 등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2시 개원식 개회를 10분여 앞둔 시각.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다섯 명은 “대통령이 국민을 이길 수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본회의장 앞 출입구를 가로막았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노당 의원을 보고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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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오후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뜻을 전하겠다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는 가운데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를 말리기위해 권영길 의원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향주 기자 jupiterian@ytongsin.com | ||
빨간 머플러를 두른 김상희 의원(민주당, 비례)은 “잘하셨다”며 민노당 의원과 악수하며 ‘응원’했다. 강창일 의원(민주당, 제주ㆍ북제주 갑)은 민노당 의원 ‘뒤’에서 ‘응원’했다. 한 의원이 지나가며 “강 의원이 시위하는 거 같잖아”라며 농담조로 말했다.
강 의원은 “(주최측처럼)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 것 맞다”며 약 5분여 민노당 의원과 함께 현수막 뒤에 서 있다가 개원식에 참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꼭 이렇게 해야겠느냐”며 ‘시위’를 만류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경남 사천)는 “국민 목소리에 귀막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어떻게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러 오느냐”며 “야당의 강력한 요구뿐 아니라 국민적 요구를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시 19분경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민노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대통령이 민노당 의원단 옆을 스쳐지나간 시간은 1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경호원 예닐곱이 본회의장 앞에 ‘길’을 만드는 동시에 민노당 의원단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한편 개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북측에 전면적 남북대화를 제안하고 한미FTA 연내 비준 등 내용을 담은 시정연설을 했다.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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