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예산 점검 (4) 민간투자산업
올해 정부는 민간투자사업 예산으로 2조1천5백80억원을 배정했다. 전년도에 비해 약 3천3백6억원이 증가된 금액이다. <표1참고>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업체가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임대해서 쓰거나, 민간업체가 건물을 짓고 그 소유권과 운영권까지 정부에게 넘기는 대신 고정된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고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 및 운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이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국가 재정만으로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시설(사회기반시설)의 건설이 힘들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재정적 이유가 더 크다.
현재 진행되는 민간투자사업에는 BTL(Build-Transfer-Lease)방식과 BTO(Build-Transfer-Operate)방식이 있다. 먼저 BTL방식은 민간이 자금을 투자해 공공시설을 건설(Build)하고 시설완공시점에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Transfer)한다.
대신 민간투자자는 일정기간 동안 시설의 사용ㆍ수익권한을 획득하게 된다. 즉, 민간은 시설을 정부에 임대(Lease)하고 그 임대료를 받아 시설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반면 BTO방식은 시설 소유권만 정부로 넘어간다. 민간은 시설을 건설하고 직접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대상시설로는 직접 운영수입 창출이 가능한 고속도로, 항만, 지하철, 경전철 등이다. 민간이 시설 소유권을 갖고 직접 운영하다 보니 민간이 수요위험에 대한 부담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정부고시사업에만 10년간 65~75% 보장’
BTO방식의 경우 민간이 시설을 직접 운영하다 수익 창출이 당초 예정금액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부재정으로 부족분을 보충해주고 있다. 이를 ‘최소운영수익보장제도’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민자사업이 처음 도입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자자본유치촉진법’이 도입되면서 부터다. 하지만 민자사업의 경우 앞서 언급했듯 많은 자본의 투입이 있어야 가능한 대규모 토목사업이 주류를 이룬다.
많은 자본투입이 필요한 만큼 건설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위험부담 역시 큰 구조인 것이다. 결국 법으로 제도는 만들었으나 위험부담을 안고 대규모 건설을 시도할 건설업체는 없는 ‘빈 수레’로 전락하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1999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를 선택했다. 안정된 수입을 요구하는 사업자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대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시설들에 대한 투자를 국가재정만으로 추진하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특히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실시된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가의 모든 재정을 외환위기 탈출에 쏟아 붓던 시기이다. 정부로서는 궁핍한 재정을 민간에서 끌어 오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로 인해 정부 재정의 막대한 부분이 민간사업자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민간사업자에 대한 정부의 ‘퍼주기식 보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는 민간제안사업에 대한 지원은 전면 폐지되고 정부 고시사업에 한해 10년간 65~75%까지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올해 정부가 밝힌 민자사업 운영수입보장 관련 예산은 전년대비 144.9%(1천7백75억원)가 늘어난 3천억원을 최소운영수입보장비로 책정했다. 지난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폐지된 이후 아직까지 일부 사업에 대해 국가예산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2참고>
정광모 전 국회의원 보좌관은 자신의 저서 ‘또 파? 눈먼 돈 대한민국 예산’을 통해 “한국에서 민간투자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1999년에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도입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에 어려워진 건설회사를 살리기 위한 목적이 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외국의 어떤 나라도 도입하지 않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도입하고, 기업들이 엉터리로 교통량 수요예측을 해도 눈감아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외환위기에 처한 국가가 건설회사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그들의 안정된 수입을 보장하는데 발벗고 나선 꼴”이 된 것이다.
단독입찰 많고 ‘엉터리’ 수요예측도 문제
일부 민간투자사업이 ‘수의계약’ 형태로 사업자가 선정되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간투자사업은 정부고시 사업이든, 민간 제안사업이든 사업자 모집단계에서 시설사업 기본계획 고시나 제3자 공고 등의 경쟁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수의계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 단위사업의 규모가 큰 사업에 대해 사업자 선정을 단독사업자에게 단독입찰을 하는, 사실상 수의계약 형태의 사업자 선정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국민세금으로 진행되는 민자사업이 재벌건설업자에게 특혜와 독점이익만 보장해주는 사업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며, 민자사업의 잘못된 특혜구조로 수의계약을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쟁이냐 수의계약이냐의 구분은 입찰자체를 제한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로서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은 다른 사업자에 대한 참여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나, 민자사업에서는 입찰 참여자를 제한하는 경우는 없다”며 수의계약 특혜를 부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나라 민자제도가 아직 운영 초기 단계인 데다가 사업 규모가 커서 위험부담이 큰 사업의 경우에는 수주경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단독 입찰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엉터리 교통수요 예측도 문제다. 교통수요 예측의 경우 도로나 철도 민자사업의 타당성, 건설보조금, 사용료,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므로 교통수요 예측은 매우 엄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04년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춘천간, 서수원~오산~평택간 2개 민자고속도로를 대상으로 교통수요예측 자료를 점검한 결과 통행량 기준을 과다 적용하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내년 6월 임시개통을 앞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경우 실제 기준으로 삼은 O-D(Origin-Destination. 기점-종점간 통행량)보다 111~149%나 부풀려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비싼 요금 때문에 국도에서 갈아타는 비율이 매우 낮은데(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3%) 국도 46호선 가평~춘천 구간의 교통량 가운데 41%가 이 고속도로로 갈아타는 것으로 과다 예측하기도 했다.
▲ 지난해 3월23일 민자사업으로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의 출발역인 김포공항역 플랫폼에서 철 도 이용객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한승호 기자 hanphoto77@ytongsin.com
공항 가는 도로ㆍ철도 모두 수익보장
지난해 개통한 인천공항철도역시 이용객 과다 예측으로 운영 첫 해부터 1천억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다. 건교부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인천국제공항철도 실시계획 승인 시 2007년 하루 평균 20만7천여명의 승객이 공항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1만3천여명 수준에 그쳤다.
당연히 예상운임수입과 실제 수입 사이 큰 차이가 발생했다. 건설 승인시 예측했던 운임수입 1천1백50억원이 실제로는 80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1천1백50억원 예상 수입의 90%(1천35억원)를 2039년까지 전액 보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정부가 줘야 할 적자 보전액은 2010년 1천9백억원, 2016년에는 2천7백억원, 2021년에는 3천1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조원의 총공사비보다 더 많은 돈을 적자 보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최근 고유가 영향으로 공항철도 이용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달 27일에는 1만9천여명의 승객이 이용해 최고 기록을 갱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계획승인시 예측 이용객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공항철도 측은 2010년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연결되는 2단계 공사가 끝나면 이용객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개통한 이후 이용객이 매월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이용객을 더욱 늘리기 위해 캠페인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항철도의 또다른 문제는 공항고속도로와의 관계다. 공항철도와 공항고속도로 둘 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수도권으로 실어나르는 유사 역할을 수행한다. 즉, 정해진 교통수요를 서로 나누어 가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이용객이 늘게되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 이용객이 줄어드는 제로섬 형태를 갖고 있다.
두 사업주들은 경쟁을 통해 서로 많은 고객을 유치하도록 노력하기만 하면 되지만 정부는 두 곳 모두에 대해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해 줘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에서 줄어든 수요만큼 재정으로 채워야 하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이용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밑지는 장사일 수 밖에 없다.
공항철도 이외 서울시가 민자사업으로 건설한 우면산 터널도 수요예측에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서울시는 하루평균 6만5천9백여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현재 이 터널은 하루 1만 1000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정 전 보좌관은 “민자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예측”이라며 “수요예측은 민자사업의 타당성과 최소운영수입보장금 등을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4년 감사원이 실시한 ‘민간투자제도 운영실태조사’를 보면 통행량을 과다 적용하거나 도로노선의 연장, 용량 등 기초자료를 사실과 다르게 입력해 교통수요를 부풀린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통신 장정욱 기자 jjang@ytongsin.com
<여의도통신 주간지 69호(2008년 7월 7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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